2011년 1월 27일 목요일

[통술집 ] 서대문의 소박한 돼지갈비구이집

계속해서 이어지는 돼지갈비 전문점 이야기입니다.

서대문경찰서 뒷길에 있는 서민스러운 분위기의 고깃집이죠.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 끼리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건 몇년 전의 사진이고..




두어달 전에 찍은 것입니다. 여기도 문 연지가 꽤 되었군요.








이 집의 상징과도 같은 자욱한 연기. 다 각오 하고 찾아가는 분들입니다.




저게 대표메뉴인 돼지갈비인데...  척 봐도 그리 갈비부위스럽지는 않죠?




껍데기와 함께 재워져 있습니다. 껍데기는 가끔 서비스로 그냥 주기도 하죠. 주인 마음대로..




매우 심하게 오픈 주방이죠.^^;;




안쪽에서 바라 본 입구방향. 우측에새 챙기는 노란색 비닐 봉다리가 냄새 배지 마라고 옷을 넣어두는 용도르 쓰여집니다. 완벽하진 않습니다.




가격이 지금은 껍떼기,갈비,염통은 천원씩 오르고 목살,삽겹살,갈비살,양곱창은 이천원씩 올랐습니다.


원산지는 다 국내산으로 표기되어 있고 갈비살만 호주산.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동치미죠?



맛을 보면 강렬한 단맛에 어금니가 뻐근해져 옵니다;;;
저혈당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지 않는 한은 먹고 싶지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멀리 치울 필요는 없습니다.
놔두면 다 쓸 곳이 생기죠. 요긴하게..

일행이 가져 온 이쿠라.





연어알을 뜻하는 이쿠라를 적잖은 분들이 일본어로 알고 [너 왜 일어를 쓰냐? 쪽x이의 앞잡이 매국노야]하며 공격을 해오는데..
대표적으로 멍청한 애국사례죠.

이쿠라는 일본어가 아니라 러시아어입니다.
연어알 먹는 법을 러시아로 부터 배워오며 이름도 따라하는 것 뿐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어디 가서(초밥집 같은데서) 이쿠라라고 연어알을 부르는 사람에게 시비 걸지 마세요. 애국도 X팔릴 수가 있습니다.


예상 처럼 합성탄.






3인분에 뼈다귀는 하나.  돼지갈비집에서는 몇 인분을 시켜도 뼈다구는 하나만 주는게 무슨 돼지갈비협회의 규칙사항이라도 되는 듯;;;



돼지갈비로 유명한 집들 중 고기의 부위 질은 제일 떨어지지만 대신 양이 넉넉합니다. 양념도 캬라멜을 써서 강하고..
이런 점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이 집이 더 나을 수도 있죠.
[자고로 돼지갈비란게 싼맛에 먹고 고소달짝함에 먹는거 아냐? 거기에 고기질을 따지고 하는게 어리석은거지..]하는 분들 말입니다.






연기가 피어 오르기 시작하죠.




여느 식당들 보다 흡기구를 다들 높게 거치해 둡니다. 그 이유는...  성능이 그리 좋질 않아놔서 바짝 두나 멀리 두나 비슷한;;;;




캬라멜 등의 당원이 많이 첨가되어놔서 금새 타붙어 버립니다. 그렇다고 일찍 집으면 날고기를 먹게 되는...



사실, 이런게 옛맛에 가깝죠. 예전의 돼지갈비집들은 자욱한 연기속에 바짝 탄 돼지갈비를 뼈 까지 발라 먹으며 즐거웠는데 웰빙 바람이 불며 고기가 탄 것이 건강에 나쁘다며 멀리하게 되니 돼지갈비의 인기가 시들해졌고 뼈다귀도 거의 들지 않아 씹는 맛도 사라지고 양념도 순해져서는 특유의 자극성도 줄어들어서 '서민의 음식'으로서의 지위를 잃게 되었습니다.

길거리 떡볶이가 대중적 사랑을 받고는 있지만 가정이나 번듯한 식당의 메뉴로 들어오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죠.
길거리 떡볶이 만큼의 맛을 가정에서 내려면 그 많은 양의 설탕과 화학조미료를 도저히 양심상 부어 넣을 수가 없으니 맛이 제대로 나겠습니까.
길거리 떡볶이나 학교앞 분식집에서야 그런 것 따지지 않고 입에만 붙으면 그만이니 팍팍 넣어줘서는 애들이 열광하는 것이고...

돼지갈비가 떡볶이 따라 길거리로 나 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식당들에서 연명하고 있는 형태와 인기가 예전과 다르게 되는 것이죠.




이런저런 이야기속에, 어쩄든 소주 한 잔 걸치며 안주로 삼기에 좋은 서민의 음식입니다.
서민들은 음식의 맛도 모르는 식맹이라는 뜻이 아니라 가벼운 주머니 사정 때문에 가격과 푸짐함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밖에는 없는 여건이 그렇다는 것이죠.
서민도 고급 레스토랑 가서 칼질 하고 싶고 호텔 뷔페 가서 접시 열개 비우고 싶죠. 돈이 웬수니...






일행 중 아무도 먹어 본 적이 없다는 곱창을 주문해 봤습니다. 돼지갈비의 강한 자극성과 피어 오르는 연기로 추가 주문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렇게 나온 곱창은 허걱스레 뚱뚱하며 기름 손질이 되어있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무언가가 잔뜩 뿌려져 있더군요... 자세히 살펴 보니가 그 정체는...




소금인줄 알았는데 순수한 L-글루타민산 나트륨의 결정체들;;; 더 맛있게 먹으라고 왕창 뿌려 주시는 아주머니의 배려가 눈물겨웠습니다 ㅡ..ㅡ;;



이거 물를수도 없고 해서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아까 맛만 보고 방치해 둔 동치미 그릇에 씻기;;;

 앞의 뿌연 그릇이 조미료 씻고 난 후의 동치미. 조미료가 잔뜩 떠 있습니다;;; 더 이상 녹지 않는 포화용액 상태인 듯.



그래서는 상당량의 화학조미료가 제거되고 불판에 얹혔습니다.

전 보다 촉촉하며 떼깔이 다르죠?




염통도 주문해 구워 먹고.. 선도 좋더군요. 양도 푸짐하고..  여기도 화학조미료를 좀 발라 두셨던;;;









그런데 이 곱창이 또 큰 말썽을 부리는 겁니다.  주변 테이블들에서 항의가 들어 올 정도로 엄청난 연기를 뿜어 내는;;; 손질 않은 기름덩어리 때문이죠;;;




아.. 민폐의 곱창....




꼬질대로 속의 곱을 일부러 제거한 듯 정말 깔끔하게 텅 빈 곱창. 열심히 씹어도 분해가 잘 안될 정도로 질겨놔서는 포기하고 그냥 덩어리째 꿀꺽 삼켰습니다;;;



계속 투덜거리기만 한 게시물 같은데 그렇게 화 나는 수준의 나쁜 식당이 아닙니다.  소탈한 분위기에서 저렴하고 푸짐하게 즐기는 곳이기에 좀 부족한 점은 이해를 해 드려야겠죠.
친절한 아주머니들의 서비스가 좋고 격식 차리지 않는 편안왁짜한 분위기가 즐거운 곳입니다.
이런 곳은 욕을 하고 손가락질 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에 맞으면 가고 맞지 않으면 가지 않으면 되는 그런 곳으로 남겨져야 한다고 봅니다.
비슷한 질의 음식을 내며 비싸게 받아 먹거나 불친절하거나 매스컴에 대단한 맛집으로 과대포장되어 퍼져 나가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그런 경우는 좀 더 혹독한 평가가 따라야 하겠고....

그래도 여기서 곱창은 주문을 삼가하시길.. 새로 해 넣은 틀니가 들떠서는 눌러 자리를 잡아줘야 하는 분이라면 도움이 되겠습니다만....
현재의 배연장치 상태가 예전과 같다면...
새로 비싸게 주고 머리를 한 여성분, 비싼 새옷 사 입은 분, 머리를 삼사일에 한 번 감는 분, 겨우내 점퍼/코트 세탁을 않는 분, 집에 갈 때 지하철 타고 가야하는 분은 연기와 냄새가 머리/옷에 강력히 스며드는 것에의 대책을 강구하셔야만 할 겁니다.

옷이야 비닐 봉다리에 넣으면 효과가 좀 있디 치더라도 머리는 어떻하죠?
용기 있는 분은 머리에도 비닐 봉다리를 쓰고서 고기를 구워 드셔 보길... 효과가 있을 듯 합니다.

그렇게 하면 하룻밤새 인터넷 스타가 될 것이라는데 500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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