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먼저, 부근에서 제일 역사가 깊으며 유명한 집입니다. 상호도 간단 명료 직관적이죠.

전면 모습은 작아 보이지만 안쪽으로 길게 생긴 구조입니다. 실내 상태는 깔끔합니다.


가격대가 입지적인 측면을 고려해서는 높은 편입니다. 그 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기본제공 육수.

칠팔십년대의 다방에서 흔히 보면 찻잔이 추억스럽군요.

메뉴판에서 짐작하시겠지만 수육이나 제육을 따로 팔지 않는 것에서 사용 육수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업소측 설명에는 사골로 우려낸 깊은 맛의 육수라고는 합니다만 그걸 확실히 느낄 정도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화학 첨가재를 확 풀어넣어 만들어낸 싸구려스러운 정도도 아니죠.
크게 실망할 정도도 아니며 기대할 정도도 아닌 수준의 육수.

만두 찍을 장.


별 기대 없이 주문한 김치만두.

저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김치만두를 일부러는 돈 내고 잘 사 먹지 않습니다.
제 취향에는 과도하게 느껴지는 화학 조미료 맛이 거북해서 그럽니다. 더군다나 당면을 대부분들 넣죠.
그냥 김치만 쓰는게 아니라 거기에 설탕+화학조미료 등을 더 넣어 만들기에 그렇게 됩니다.
김치찌개나 김치말이국수/밥도 비슷한 이유로 잘 사먹질 않습니다.
원래부터 화학 조미료를 왕창 써서 만든 김치인데다가 그걸로 음식을 만들며 더 첨가해 주죠.
김치만두라는게 특별한 요리라기 보다는 먹을게 없던 시절 겨울김장을 많이 담궈서는 봄의 새 채소가 나기 전까지의 긴 기간을 버텨내며 궁리해낸 음식입니다.
봄에 도달하면 김치가 시게 되어 그냥 먹기 어려워지니 이를 만두소로 쓰거나 김칫국을 끓여 먹는게 서민들의 조리법이었죠.
김치만두 자체를 무시하거나 천하게 여긴다는게 아니라 김치만두라며 성의 없이 만들어 파는 것들의 현 상태가 제 취향에는 그렇다는 이야깁니다.
하여튼..
도착한 김치만두.

여느 것들과의 비슷한 생김새이며 큽니다.

손으로 민듯한 피가 만두크기에 비해 꽤나 얇군요.

먹어 본 결과...
제 예상을 뛰어 넘게 먹을만 합니다. 당면 등이 들지도 않고 김치가 찔깃하게 씹히지도 않으며 양념맛도 강하지 않고 화학조미료와 설탕의 부담스러움도 상대적으로 덜하기에..
그래서는 제가 경험해 본 김치만두 중 상위권에 속하는 맛이라 느껴집니다.

반면에, 김치만두란게 당면도 마구 들고 새콤달콤하며 감칠맛이 팍팍 느껴지는 자극적인게 제맛이라 여기는 분에게는 좀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다른 제품들 보다 김치의 함량이 적고 두부와 숙주의 함량이 높다는 것도 영향을 줍니다.
정통 평양만두에다가 김치맛을 가했다는게 좀 더 쉬운 설명이 될 듯.
저와 비슷한 취향의 분이라면 꼭 주문해야 할 메뉴입니다.
이제, 본 메뉴인 냉면을 맛봅니다.

물냉면.

모양새는 평양냉면스럽지만 전형적인 함흥냉면집 물냉면입니다.

메밀 함량이 없는 면발에 양념장과 겨자/식초 추가투입이 필수적인 국물맛입니다. 꾸미 아래에 슬쩍 보이는 이미 뿌려진 양념장이 보이시죠.


고구마 전분의 자가제면 면발은 상태가 좋습니다. 굵기도 적당한 수준이며 가위가 필요 없을 정도의 적당한 탄력도. 면의 양도 부실하지 않고...

구태여 평양냉면과 직접비교를 하자면 메밀이 어떻고 육수가 어떻고 하는 것이지 그냥 이런 스타일의 물냉면으로 놓고 본다면 평균 이상 하는 맛입니다.
이런 스타일을 즐기는 분들께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듯.
그러나 메밀을 많이 써서 제작단가가 높고 제면이 훨씬 어려우며 국물내기도 더 까다롭고 재료비가 비싼 평양냉면에 근접하는 가격을 받는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라고 봅니다.
비빔냉면.

비빔냉면은 면도 면이지만 양념장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집 것은 제 취향에 나쁘지 않습니다.

기름 범벅에다가 상대적으로 자극적인 맛의 오장동쪽 것들에 비해 덜 자극적인 덤덤한 맛이기는 한데 가볍지가 않고 깊은 맛이 있습니다.
어떤 분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명동 함흥면옥 보다 낫다고도 하십니다. 그 의견에 찬성은 못합니다만 무슨 뜻인지는 이해를 합니다. 취향에 따라서는 이 집 것을 더 좋아할 분들도 있을 것이라는...
그 만큼 함부로 만들어 내는 음식이 아니라는 말씀이죠.
35년 역사가 날로 생겨난 것은 아니라는 뜻이겠죠.
비빔냉면은 회와 소고기 꾸미의 두 종류 선택이 가능한데 이것은 회냉면. 간재미 상태는 일반적인 정도.




비빔냉면집들이 홍어를 쓰지 않게 된게 꽤 됩니다. 가격 때문이죠. 그런데 아직도 홍어를 쓴다고 믿는 분들이 적잖고 홍어를 쓰고 있다고 거짓말하는 식당들도 적잖죠.
예식장 피로연 음식상이나 병원장례식장의 문상객 접대상에 등장하는 홍어회무침이라는 분의 정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남지방의 결혼식에는 진짜 홍어의 사용이 흔하기는 합니다만 그 외의 지역 이야기입니다.
이 집은 간재미(가오리)를 쓴다고 확실히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입지(허름한 유흥가)에서 이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며 낮지 않은 가격으로 장기간 영업을 해 온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신기하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오래 계속해서 꾸준히 영업해 주길 바라는 맛집이죠. 멀리서 일부러 찾아갈 정도는 아닐지 몰라도 지역 맹주자릴 차지할만하며 함흥냉면 매니아분들이라면 한번은 가봐야 할 곳.
메뉴의 군만두는 김치만두를 구워 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Good : 어수선한 입지여건 속에서 돋보이는 '성의있게 만드는 음식'
Bad : 입지여건에 비해 높게 느껴지는 가격대
Don't miss : 비냉 전문점에 가면 비냉에 촛점을 두는 것은 기본상식. 여럿이 가면 만두도 맛보기.
me? : 그쪽 지역에서 비빔냉면을 먹어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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